유라시아대륙횡단(09.7.28~09.11.07)/터키(09.10.06~)

2009. 10. 17 (토)

SangJoon Lee 2009. 11. 18. 20:57

2009. 10. 17 (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숙소 가까이에 있는 톱카프 궁전과 박물관을 보러가기로 했다. “쭌, 니 바이크 어딨는데?” 아침식사 후 득이 이뚜까 9호를 묻는다. “어? 숙소 문 앞에 세워뒀는데 못봤어?” “응, 못봤는데.” 숙소를 나서면서 3개월 만에 이뚜까 9호를 다시 본 득이 한 마디 던진다. “아를 ‘병신’으로 만들어 놨노?” 오랜만에 크게 웃었다.

 

 

톱카프 궁전 앞. 사람들이 많이 오간다. 입구의 매표소에 가격표부터 확인해 본다. 20TL. 이상하다? 여행안내서에는 10TL 미만으로 적혀 있었는데 두배나 올라있는 가격이 붙어있다. 게다가 궁전 내 관람시설의 대부분이 ‘closed’ 로 되어 있다. 들어갈까 말까를 0.5초 고민해보다 곧바로 발길을 돌린다. ‘들어가봤자 20TL 가치는 없을거야 라고 자기암시를 하면서 말이다. 대신 궁전과 맞닿아 있는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10TL. 마치 ‘원 플러스 원’ 행사처럼 고고학 박물관뿐만 아니라 티켓 한 장으로 고대오리엔트 박물관도 함께 들어갈 수 있단다. “들어가자!” 유치하게도 관람의 기준은 컨텐츠가 아니라 어느새 입장료가 되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평소 득이 역사와 지리에 관심이 많았던 까닭에 부족한 나의 ‘지적 저렴성’을 많이 커버해 주었다. 밑도 끝도 없이 계속되는 질문에 척척 답하는 득이 부러울 뿐. 부러워 하면 지는거다!?  

 

 

박물관 관람이 이렇게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지 몰랐는데, 여기 고고학 박물관이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 지쳐버린 다리를 질질 끌고 박물관을 나오니 어느새 오후 네 시가 넘었다. 술탄아흐멧과 열차역 사이를 잇는 트램길 옆에 자리한 카페에서 케밥으로 점저를 해결했다. 카페 안에서 물담배를 피우며 여유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하는 주사위 놀이가 재미있어 보인다. 득과 나, 둘이서 입에 케밥을 가득 배어 문 채 뚫어지게 그 주사위 판을 보며 “어떻게 하는 걸까?”를 연구해 봤지만 도저히 모르겠다.

 

 

갈라타 다리로 가 보면 뭔가 재미있는 일이 있을 것만 같다. 그곳을 향해 걷는데 다리와 부둣가를 점령(!)하고 있는 낚시꾼들이 이색적이다. 아니, 그들로 가득 찬 다리와 둑의 모습 그 자체가 하나의 관광명물로 보였다. 낚시꾼들 뒤에서 목청 높여 옥수수를 팔고 있는 노점상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있나! 잠시 후 1TL 짜리 구운 옥수수가 군것질 대마왕의 손 안에 쥐어져 있었다.

 

 

다리 앞에서 누군가 큰 소리로 뭐라고 외치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원,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뭔가 있을까 싶어 귀를 쫑긋 세운다. 듣게 된 두 마디, 보스포러스’와 ‘텐 리라(10TL)’. 본능이 응답한다. 보스포러스 해협 유람선이다. 예전에 파리의 센강 유람선을 탔던 기억이 새록 떠올랐다. 손해볼 것 없는 장사(!) 같기에 10TL씩을 내고 유람선에 올라탔다. 점점 주변이 어둑해진다. 그리고 하나 둘 씩 켜지는 가로등과 건물등들. 그래, 유람선은 야경을 보며 타는 것이 제맛이다.

 

 

작은 유람선은 파도에 이리저리 흔들거리면서 보스포러스 해협의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제1교’ 아래까지 운행하며 이스탄불의 야경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아름다운 야경에 서울에서 온 촌놈 두 명은 입을 떠억 벌리며 연신 ‘우와’만을 외쳐댄다. 하지만 이 죽일 놈의 똑딱이 카메라. 야경을 찍는 족족 ‘수전증 사진’으로 답한다. 그래, 처절하게 깨닫는다. 여행의 기본은 좋은 카메라와 함께!’라는 사실을.

 

 

한 시간 반 정도의 보스포러스 유람선 관광이 끝나자 나름 출출해 온다. 선착장 주변을 다시 두리번 거리니 저 쪽에서 생선을 주재료로 하는 샌드위치를 파는 보트가게가 보인다. 그래, 군것질 대마왕 출동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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