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대륙횡단(09.7.28~09.11.07)/터키(09.10.06~)

2009. 10. 16 (금)

SangJoon Lee 2009. 11. 16. 21:27

2009. 10. 16 (금)

 

 

지금까지의 호텔 아침식사 중 ‘최악’의 조식을 먹으며 이스탄불로 어떻게 갈 것인가를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친구 득이 저녁 7:30 쯤 ‘아타튀르크’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니 이스탄불까지는 6시 이전에 들어가야할 것 같다. 아침부터 스로틀을 당길테니 6시 이전에 500km는 주파할 수 있겠지.

 

 

오늘도 음악없이 바람소리 들어가며 달렸다. 바람소리 뿐만 아니라 바람도 세차게 분다. 도로 중간의 휴게소에 들러 케밥인지 햄버거인지 정체모를 먹거리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길을 나서는 중... 지금껏 들어보지 못했던 소리가 타이어로부터 들려온다. 이게 무슨소리지? 바이크를 세우고 살펴봐야 하겠건만 마땅히 바이크를 세울만한 여유가 없다. 타이어 주변에서 나는 쌔애액 소리를 들어가며 100km 정도를 더 달리다가 마침 갓길이 보여 그곳에 바이크를 세워두고 타이어 주변을 살펴보았다. 으악, 타이어에 박혀있는 쇳조각이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13,000km를 달려오면서 어느새 타이어의 홈트레드가 많이 닳아있는 상태였다. 혹시 펑크가 난 것은 아닐까, 이스탄불까지는 무사히 갈 수 있을까. 타이어 펑크 패치는 있지만, 공기를 넣는 전동펌프의 상태가 좋지 않은데다가 펑크 수리를 하자면 두 시간 정도 걸리기에 이스탄불까지 목표시간 내에 들어갈 수 없을 것 같다. 가슴이 철렁했다. 다행히 쇳조각이 타이어 이너튜브를 직접 건드리지는 않은 것 같다.

 

음악을 들을 수 없었기에 타이어에 박힌 쇳조각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 이게 바로 塞翁之馬 아니겠는가.

......

 

갑자기 늘어난 차량, 수 많은 건물들. 이스탄불에 들어온 것 같긴 한데, ‘Welcome to Istanbul’과 같은 안내판이 없다보니 여기가 이스탄불이 맞는지 아닌지, 이스탄불이면 어디쯤인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마침 기름이 다 떨어졌기에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며 이스탄불이 맞냐고 물으니 여기가 맞단다. 인구 1,600만의 대도시 이스탄불에는 이렇게 구렁이 담 넘듯이 들어왔다. 그런데 이스탄불 입성의 환영인사가 그다지 곱지많은 않다. 가을비가 음산하게 내린다. 차들의 꽁무니를 따라 살살 달리는데도 차바퀴에서 튀는 물방울이 까만 매연과 섞여 헬멧쉴드를 연신 가린다. 게다가 (서울도 마찬가지 이지만) 이정표만으로는 목표하는 ‘술탄아흐멧’까지 가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빗속에서 길 한편에 바이크를 세우고 론리플래닛 지도를 펼쳤다. 슈퍼대도시 답게 무려 네 쪽에 걸쳐 이스탄불 지도가 나와 있었다. 술탄아흐멧이 어디있는지 다시 살펴보니 아시아쪽 이스탄불이 아니라 유럽쪽 이스탄불에 있었다. 어쨋거나 아시아와 유럽을 가르고 있는 ‘보스포러스’ 해협을 건너야 했다. 보스포러스 해협 위로 놓여있는 다리를 찾아갈까 생각 하는 중, 바로 길 앞에 페리 선착장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페리 선착장에 가보면 보스포러스를 건널 수 있는 배를 탈 수 있을거야’ 라는 막무가내 정신이 스친다. 아니, 사실은 그 다리를 찾기가 쉽지가 않았거니와 다리를 찾더라도 다리 끝에서 술탄아흐멧까지 들어가는 길이 막막하고 상당한 인내를 요할 것 같아 조금이나마 쉬운 방법을 택하자는 마음이었다.    

 

 

어쨋거나 페리선착장에 가서 다시 지도를 보니, 내가 행운아임을 증명이라도 해 주는 듯 술탄아흐멧까지 가는 통근페리가 여기서 매 15분마다 출발한다고 적혀있었기에 2.1TL을 내고 바로 페리 티켓을 끊어 올라탔다. 드디어, ‘아시아’ 대륙에서 ‘유럽’ 대륙으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페리에 올라탄 지 20분, 서울에서 출발한 나와 이뚜까 9호는 유럽 땅을 밟고 있었다. 

......

 

술탄아흐멧 페리선착장에 도착하자, 모스크 ‘술탄아흐멧’과 ‘성 소피아 성당’을 안내하는 이정표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정표를 따라 술탄아흐멧거리에 닿자마자 숙소부터 찾기로 했다. 빗속에서 청승맞게 이 호텔 저 호텔을 뛰어다녔지만 트윈룸의 2인실 호텔을 찾자니 만석이거나 예산초과의 비용을 부르거나... 저렴한 숙소인 호스텔을 찾아가 트윈룸을 물어보면 만석이란다. 10월에도 만석이라니, 이스탄불은 유명관광지로 인기가 좋긴 좋은 듯 싶다. 트윈룸 찾기는 어려울 것 같기에 호스텔 ‘빅애플’에 방을 잡고 득의 연락을 기다렸다.

 

 

8시 10분. 득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도착했어. 응, 여기 술탄아흐멧에서 공항까지 셔틀버스가 8시 40분에 한 대 출발한다고 하니, 한 시간만 기다려줘. 그래, 그럼 한 시간 후에 입국장 앞에서 보자. 녀석, 첫 해외여행지가 터키라니. ‘용자’가 따로 없다.

.

.

.

.

.

.

 

'유라시아대륙횡단(09.7.28~09.11.07) > 터키(09.10.06~)'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 10. 18 (일)  (0) 2009.11.23
2009. 10. 17 (토)  (0) 2009.11.18
2009. 10. 15 (목)  (0) 2009.11.16
2009. 10. 14 (수)  (0) 2009.11.16
2009. 10. 13 (화)  (0) 2009.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