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대륙횡단(09.7.28~09.11.07)/터키(09.10.06~)

2009. 10. 13 (화)

SangJoon Lee 2009. 11. 16. 16:06

2009. 10. 13 (화)

  

 

엊그제(사실 이란에 있을 때 받은 이메일에서) 세마로부터 소개받은 그녀의 친구 모니를 만나기 위해 안탈리아로부터 약 180km 떨어져 있는 카쉬(Kas)로 향했다. 지중해를 접하고 있는 터키의 여러 지역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웠다. 안탈리아도 그랬지만 안탈리아와 카쉬 사이에 있는 작은 요트 마을 피니케, 그리고 절벽을 깎아 만든 해안도로를 따라 에메랄드 빛 바다를 바라보며 라이딩 하는 그 맛은 정말로 예술이었다. 산악지대에서부터 따듯한 지중해까지. 넓긴 넓은 나라다, 터키는.

 

 

두 시간 반 정도를 달리고 나자 절벽 도로 저 아래로 작고 예쁜 마을이 하나 펼쳐진다. 카쉬다. 마을로 들어서자 바로 옆에 버스터미널이 보였다. 한 쪽짜리 론리플래닛 지도에 분명히 카쉬의 버스터미널이 나와 있을테니, 우선 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동네의 위치파악을 하기로 했다. 그 곳에 바이크를 세워두고선 모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니, 저 준 이예요. 며칠 전 메일을 보냈던...” “아, 준! 반가워. 어디지? 응? 벌써 카쉬에 도착했다고! 아, 이를 어쩐담. 내가 지금 카쉬 밖에 있는데...” “아, 괜찮아요. 우선 숙소부터 잡은 다음에 다시 전화 할게요.” “그래주겠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버스터미널 뒷편으로 카쉬를 감싸고 있는 커다란 산 정상에서 유유히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 좋다.

 

 

“헤이, 어디서 왔어?” 갑자가 누군가 묻는다. 터미널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찻집에 앉아 있던 아저씨 한 분이 내게 호기심을 갖고 묻는다. 다시금 주절주절 반복재생을 하고선 씨익 웃어보였다. 앉아서 ‘챠이’(차) 한 잔 하고 가란다. 사양할 필요가 없다. 고맙다고 인사를 한 다음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챠이 한 잔을 홀짝였다. 10월이 넘어섰지만 이곳의 기온은 25도를 넘는 것 같다. 뜨겁게 나온 챠이를 홀짝일때마다 가죽 장갑 속에서 땀범벅 된 내 손에서 풍겨나는 땀냄새가 참 아스트랄하다. ‘이 냄새가 옆 사람에게까지 나는 게 아닐까?’ 장갑을 벗을 때마나 지울 수 없는 이 생각. 라이더의 숙명이다.

 

 

버스터미널에 가까이 자리잡은 아테스펜션(Ates Pension)에 짐을 풀었다. 그리고 옥상에 마련된 테라스에서 맥주 한 병과 함께 중앙아시아식 만두인 만티를 주문했다. 으윽, 만두 위에 덮인 시큼한 요거트 소스가 내게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다 먹어야해! 이게 얼마짜린데!’ 혀와 지갑 사이의 갈등, 결국 혀보다 주머니가 상전이었다.

 

 

테라스에 앉아 유유히 망중한을 즐긴다. 창문 너머로 펼쳐진 바다와 섬. 그곳을 천천히 지나다니는 요트들. 그리스는 여기서 수 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음에도 바로 앞 섬은 터키령이 아니라 그리스령이란다. 신기하다. 맥주 한 병을 다 비우자 입이 심심하다. 카운터 옆 냉장고로 가서 한 병을 더 꺼내온다. 맥주를 마시며 인터넷을 즐기고 있자니 어디선가 본 듯 한 얼굴이 다가온다. 우와, 괴레메에서 만난 적이 있는 일본여행객 ‘야마’와 ‘유이치’였다. 그들도 이 숙소에서 머물게 되었단다. 세상, 왜이리 좁니!?

 

 

저녁에 모니와 다시 연락이 닿았다. 현재 다른 지역에 출장 중이라서 당분간 카쉬에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연신 미안해 하면서 카쉬 주변의 볼거리, 할거리를 이것저것 가르쳐준다. 나야 불청객이니 그의 미안함이 오히려 부담스럽다. 정말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 세마도, 그의 친구 모니도... 

 

 

... 메신저를 통해 득과 채팅. 16일에 그가 서울서 이스탄불로 날아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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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노트북, 그리고 이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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