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대륙횡단(09.7.28~09.11.07)/터키(09.10.06~)

2009. 10. 10 (토)

SangJoon Lee 2009. 10. 30. 08:42

2009. 10. 10 (토)

 

 

새벽, 쌀쌀한 기운이 감돈다. 하늘을 올려다 보니 어제와 마찬가지로 형형색색의 수 많은 기구들이 ‘쉭쉭’ 소리를 내면서 괴레메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트레블러스 케이브 호텔의 마스코트인 네 마리의 고양이들은 내가 부산하게 오가건 말건 몸을 웅크린 채 소파 위에서 달콤하게 자고 있다. 요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고양이를 좋아하는 회수가 생각났다. 회수를 위해서 한장 찰칵!

 

오늘 중으로 카파도키아를 지나 남부 지중해를 접하고 있는 ‘안탈리아’까지 약 500km 가까운 거리를 달리고자 출발준비를 서두른다. 그런데 아직까지 리셉션 데스크가 열리지 않았다. 문 앞의 글을 읽어보니 이런, 리셉션은 여덟시부터란다. 데스크 옆 방에서 자고 있는 매니저를 깨워 내가 일찍 가고자 숙박비 정산을 부탁하니 졸린 눈을 한 채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아침 일찍 출발할 것이었으면 어젯밤에 정산하지 그랬어.” 아, 미처 생각치 못했는데 듣고 보니 그렇다. 

 

이뚜까 9호와 함께 괴레메 뒷편의 언덕을 지나려니 아까 보았던 기구들이 하나 둘 씩 착륙을 하고 있었다. 괴레메의 자연경관을 기구로 보여주자고 했을 그 아이디어는 과연 누구의 제안이었을까? 참 천재적이라고 할 밖에. 그 기구들을 뒤로 한 채 카파도키아를 넘어 안탈리아로 가는 길을 밟아 가는데 굽이굽이 고개길의 연속이다. 재미있으면서도 가끔은 더럭 겁이 나는 라이딩 코스들. 예전의 사고 기억도 그렇지만, 점차 닳아가는 타이어와 그에 따른 마찰력 감소로 조심조심 코너를 돌았다.

......

 

 

몇 시간을 달렸을까. 라이딩 자켓과 바지, 그리고 그 안에 껴 입은 레인자켓들이 조금씩 덥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남쪽을 향하는 게 맞긴 맞나보다. 덥다라는 생각이 들 때 즈음, 굽이길 고갯마루 저 멀리서 태양이 강하게 내리쬔다. 아니, 그냥 태양빛과는 조금 다르다. 밝긴 한데, 더 눈부시고, 또 저 멀리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터키의 지형과는 다르게 평평하다. 분명 바다의 수평선 이었다.

 

“지중해!” 

 

그래, 속초~블라디보스톡 이후 12,000km를 달리면서 다시 바다를 만난 것이다. 그것도 유라시아 대륙 저 반대편에 있는 지중해를 말이다. 왠지 모를 신비로움과 뿌듯함이 함께 밀려왔다. 하지만 아직 방심은 금물! 여전히 고개길이 내 앞에 놓여 있다. 안탈리아에 도착해 이뚜까 9호를 쉬게 할 때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지 말자.

 

안탈리아의 외곽. 길 양 옆으로 자라있는 야자수는 이곳이 따듯한 ‘남쪽나라’임을 분명히 말해 주고 있었다. 내가 남쪽에 온 것임을 증명이나 하려는 듯 통기성 0%의 레인자켓 속에서 땀 역시 삐직삐직 쉴새 없이 배어 나왔다. 

......

 

안탈리아 시내로 들어섰다. 그리고 큰 도로 옆 상점가에서 ‘Turkcell’ 서비스센터 간판을 발견하자 마자 바이크를 세우고 터지지 않는 핸드폰과 심카드를 가지고 들어갔다. 그리고 대화.

 

며칠 전 반에서 투르크셀 심카드를 샀는데, 통화가 안 되네요. 아, 그런가요? 심카드 번호와 핸드폰을 제게 주시겠어요? 네, 여기 있습니다. 상투적인 대화를 마치자 여성 직원이 다른 직원과 내 핸드폰에 대해서 이야기 나눈다. 그리고 (판단건대) 투르크셀 AS센터에 전화를 거는 듯이 보였다. 그 시간 중에 또 다른 직원이 내 바이크 복장을 보고선 관심을 보인다. 바이크 타고 여행 중인가요? 예, 유라시아 횡단 중입니다. 아, 그래요? 바이크 기종이 뭔가요? 아, BMW F650을 타고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저는 CBR을 타고 있는데... 역시나 라이더이기에 내게 관심이 많았구나.

 

내 심카드 문제를 확인하러 갔던 여직원이 돌아오더니, 일전의 심카드 대리점에서 내 카드번호를 등록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새 심카드를 구입하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젠장, 역시나 그랬던 것이구나. 어쩔 수 없다. 30TL을 주고 새 심카드를 구입하는 수밖에. 이번에는 지난 번과 달리 구입, 등록, 등록확인까지 철저히 마치고서야 가게 문을 나섰다.

 

 

새 심카드를 사고서 뚜까에게 문자로 내 전화번호를 전해주었다. 그러자 이내 뚜까로부터 전화가 온다. 길 한켠에 바이크를 세워두고 천리만리 떨어져 있는 오누이끼리 재잘재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누던 수다에 해가 뉘엿뉘엿 떨어져 간다. “아, 뚜까야! 오빠 지금 숙소 찾아야 해!” “아직 숙소 찾지 못했던 거야?” “응.” “그럼 나중에 다시 전화하자, 오빠야.” “그래 그래. Luv U!” “나두!”

 

아기자기한 숙소와 카페가 많이 밀집해 있다는 ‘칼레이시’거리를 찾아 4인 도미토리에 짐을 풀었다. (안탈리아에 머무는 나흘 동안 룸메이트가 들어오지 않았으니, 도미토리 값으로 개인방을 쓰는 행운을 누린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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