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아들 상준입니다. 며칠 전이 추석이었더군요. 추석인사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나흘 전 이란-터키 국경을 넘어서 지금 터키의 중앙부에 있는 카파도키아 지방에 와 있습니다. 일전에 이란(테헤란)에서 열차를 타고 터키를 넘어갈 예정이라고 이메일 드렸는데, 열차 시간표상 그 열차를 타려면 일주일 가까이 테헤란에 머물러야 했기에 평소와 같이 바이크를 타고 터키로 넘어왔습니다.
테헤란을 넘어 이란 북부에 있는 도시 타브리즈와 마쿠를 지나면서 각각 하루씩 이란 가정에서 묵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답니다. 그리고 그 분들의 친절함에 감사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열차를 타고 넘는 것보다 이렇게 바이크를 타고 넘는 것이 제게 더 값진 경험을 안져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항상은 아니지만, 제가 꽤나 행운아 아닙니까! 하하.
이란-터키는 무사히 넘어왔습니다. 그리고 나흘 전부터 터키 여행을 시작했는데, 이란 북부를 거치면서 조금씩 선선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어제는 터키 중부를 달리는 데 단풍이 꽤나 물들어 있더군요. 지금 이곳 카파도키아의 유명 관광지인 "괴레메"라는 곳에 머물고 있는데 그다지 교통이 편치 않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적잖이 보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여행지인가 봐요.
오전에는 숙소에서 천안에서 왔다는 한국가족을 만나 아침식사와 함께 오랜만에 한국말로 이야기도 나누었답니다. 아스타나의 이문배 서기관 댁 이후 오랜만에 듣게 된 한국말이 반갑기까지 했습니다. 그분들 말에 의하면, 터키 남부, 그러니까 지중해를 끼고 있는 지방은 따듯하다고 하네요. 내일부터 터키 남부를 향해 달릴 예정인데, 따듯한 기후를 만났으면 합니다.
며칠 전에 터키에 들어오자마자 전화번호를 하나 만들었는데, 이게 등록이 안 되었는지 여전히 불통입니다. 밤 늦게 대리점에서 구입한 까닭에 그 직원이 다음 날 아침에 미처 제 번호를 통신사에 등록하지 않은 것 아닌가 합니다. 제가 전화번호를 구매한 지역인 반을 이미 떠난지라 가서 따질 수도 없습니다.
아마 혜령이가 전화번호 하나 전했을텐데요, 그거 안 되는 번호라고 보시면 됩니다. "왜 전화가 안 되지?" 라고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SIM 카드 사느라 생돈 1만5천원 날린 셈이죠. 대신 이렇게 종종 메일 드릴게요.
터키도 중부지방을 지났으니 여행의 큰 길들은 대부분 지난 것입니다. 아마 이번 달 20일 전후해서 터키도 넘어가지 않을까 싶어요. 서울도 이제 많이 선선해졌을 텐데, 건강 챙기시고요. 여기도 이제 선선해지니 11월 초~중순이면 저도 돌아갈 예정입니다. 건강히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마세요. 가끔씩 블로그 업데이트 하고 있으니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아들 상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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