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27 (일)

2009. 9. 27 (일)

 

 

버스들, 트럭들이 쉴 새 없이 오가는 소리가 다소 시끄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처마 아래이긴 해도) 안전한 공간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자서였을까, 정말 개운하게 잤다. 더군다나 낮 동안 달궈진 아스팔트 덕분에 뜨끈뜨끈한 온돌에서 잘 수 있었으니 금상첨화였다. 아침에 일어나자 당직을 섰던 경찰서 직원들이 춥지 않았냐고들 내게 묻던데, 춥긴!

 

아침 6시. 고나바드에서 80km 떨어진 ‘페르도우스’까지 당직을 마친 경찰아저씨와 함께 달렸다. 그런데 바람이 꽤나 선선하다. 조금 있다가 레인재킷을 바람막이용으로 라이딩 재킷 안에 부착해야 할 것 같다. 시원하게 뻥 뚫린 길을 지나자 험악하게 생긴 산들을 넘기 위한 굽이길이 펼쳐진다. 긴장 100%인 코너길. 지난 번 바이칼 호수에서의 사고 이후, 커브에서 속칭 ‘코너링’을 하기보다는 나름 안전하게 돌면서 커브길 즐기기를 택했다.

 

즐겁게 달린 30km의 커브길이 끝나자 저 멀리에 페르도우스가 나왔다. 페르도우스 입구 로터리 앞. 경찰아저씨가 길 옆에 차를 세우고선 내게 다가와 ‘Welcome to Ferdows!’라고 영어로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선 자기 집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가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경찰서 건물 옆에 텐트 칠 수 있게 도움을 주었을 뿐더러 페르도우스 오는 길까지 안내해 주었는데 아침까지 얻어먹는 것은 예의가 아닌 듯 싶어서 정중하게 사양하고 야즈드를 향해 떠났다.

 

페르도우스에서 ‘타바스’로 가는 길. 심심하다. 어쩌다 한 두 대씩 마주치는 트럭과 승용차들. 그리고 내리쬐는 태양빛. 타바스 시내에 들러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할까 했지만 간판이라고는 전부 이란어(파시)인데다가 샌드위치 햄 굽는 냄새조차 나질 않으니, 길 옆에 있는 과일가게에 들어가 바나나 몇 개 사서 나오는 수밖에 없었다.

 

타바스를 나오기 전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다. 밋밋한 타바스를 지나서 다시 야즈드를 향하는데 옆에 펼쳐진 풍경은 영화 ‘토탈리콜’에서 보았던 화성의 그것이다. 풀 한포기 찾아보기 힘든 황량함. 그리고 날카롭게 우뚝우뚝 서 있는 바위산 줄기. 아침에 라이딩을 할 때는 선선해서 레인재킷을 입으려고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페르도우스와 타바스를 지나면서부터는 바람조차 후끈하다. 레인재킷을 껴 입었다가는 탈수증에 걸릴지도 모를 정도이다.

 

 

타바스 경계부터 150km를 지나서야 작은 마을과 함께 주유소가 나온다. 남아있는 연료로도 170~180km는 충분히 더 달릴 수 있었지만 다음 주유소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모른다. 재급유를 하는 게 낫다. 급유를 끝내고 주유소를 나서는데 120km 떨어진 곳에 다음 주유소가 있다고 적혀있다. 주유소간 거리가 평균 140~150km 정도이다 보니 여유분의 연료가 있더라도 그때 그때 채워 넣는 편이 안전을 위해선 낫다. 이제 야즈드까지는 연료걱정 없이 달릴 수 있다. 게다가 야즈드까지 200km밖에 안 남았다. 두 시간 정도만 더 달리면 야즈드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해가 진행하려는 방향에서 내리쬐는데다 태양빛이 아스팔트에 반사되어서 눈이 따갑다. 별볼일 없는 선글라스를 가지고 온 것이 천만다행이다.

 

오후 세시, 야즈드 도착. 다행히 낮에 도착했다. 오늘도 론리플래닛의 한 페이지짜리 약도를 가지고 길 찾기가 시작됐다. 현지 청년들의 도움을 받아야겠다 싶어 그들에게 다가갔다. “What is your nationality?” “Korea. 주몽!” “오, 쥬몬!” 곧바로 약도를 펼쳐보이며 여기 야즈드에서 머물 숙소 실크로드 호텔 앞의 가장 큰 도로인 ‘이맘 호메이니’ 거리를 물었다. 자신의 흰색 트럭을 따라오란다. 20분이 채 되지 않아 이맘 호메이니 거리를 찾았다. 그리고 실크로드 호텔.

 

호텔 뒷문에 영국 번호판을 달고 있는 야마하 모터사이클 두 대가 서 있다. 정말 오랜만에 모터사이클 여행자를 만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