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대륙횡단(09.7.28~09.11.07)/터키(09.10.06~)

2009. 10. 20 (화)

SangJoon Lee 2009. 11. 28. 20:04

2009. 10. 20 (화)

 

 

원래는 오늘 이스탄불을 떠나려고 했지만 세마와 만날 것을 기대하고 이란에서 터키까지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대신에 바이크 여행을 한 것이니 그냥 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더 머물기로 결정! 내일 이곳 터키를 떠나야겠다. 커피 한 잔과 함께 경선에게 보낼 특별엽서(!)를 적는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내일저녁 득이 테살로니키로 갈 기차표를 구입했다. 내일 오전에 나는 이스탄불을 떠나 그리스로 들어가서 국경과 테살로니키 중간 즈음에서 하루를 묵고, 득은 내일 저녁에 야간열차를 타서 다음날 낮에 그리스 중부(테살로니키)에 닿기로 했다.

......

 

 

세마와 저녁 8시 30분 쯤 튜넬 거리에서 만나기로 했다. 한 달 전 딱 하루 만난 사이인데도 저 멀리에 있는 세마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준!”

“세마!”

이어지는 터키식 인사.

 

저녁으로 터키요리를 주문하는데 세마가 묻는다. “준, 터키 전통주 ‘라키’를 아니?” 알리가 있나, 라키 한 병을 시켜서 저녁과 함께 마시는데... 향은 끝내준다. 그런데 알코올 함량이 40%에 가깝다보니 혀가 얼얼하다. “준, 천천히 마셔. 독하면 라키를 다 마시지 말고 그냥 맥주를 마시는 게 어때?” 독한 술에 약한 나로서는 세마의 제안이 구원의 동앗줄과 다름없다.

 

 

지난 한 달 새 세마는 부하라에서 150년 된 저택을 구입했다며, 그것을 앞으로 중앙아시아 전통문화 관련 도서관으로 만들고 싶다는 자신의 생각을 상기된 표정으로 이야기 해 주었다. 그리고, 중앙아시아에 널리 퍼져있는 하루방 발발’ 이야기, 러시아 튜바에서 겪었던 그녀의 어드밴처, 카자흐스탄에서 간첩으로 몰려 취조실에 끌려간 후 실제 이름-여권에 적힌 세마가 위조된 이름이라고 확신을 하고 있었단다-을 대라고 하자 “그래 내 본명을 말할게. 제길. 사실 내 본명은 제임스 본드’란 말이야!” 라고 기지를 발휘해 카자흐스탄 국경 경찰들을 당황게 만들었던 순간 등등...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 앞에 정말 대단한 원더우먼이 앉아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뚜까를 꼭 소개시켜줘야 겠다.)  이번 11월에 뉴욕으로 가서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남미여행을 할 예정이란다. 나 역시 런던에서 미국으로 바이크를 싣고 갈까를 생각 중이라고 하니, 뉴욕에 오거든 자신의 플랫을 마음껏 사용하란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2차를 가기 전, 득을 불렀다. 득에게 소개시켜 주고 싶기도 했고 또 내가 이스탄불에서부터 함께 여행하는 친구가 있다고 말했더니 세마도 그를 만나고 싶어했다. 이스티크랄 뒷 골목에 길게 늘어선 펍에 편하게 앉아 맥주잔을 사이에 두고 세마, 득, 나 이렇게 셋의 삼자대면이 있었다. 선선하다기에는 다소 쌀쌀한 10월 중순의 펍이 밤 11시 임에도 이 정도로 붐비는데 여름의 이곳은 얼마나 왁자지껄할까 하는 생각이 떠오르니 여름에 꼭 한 번 다시 와 보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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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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