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7 (수)
허섭한 그 숙소 ‘아슬란’을 나와서 아나톨리아 반도의 중부지역인 카파도키아를 향해 출발했다. 여기 반에서 카파도키아까지는 하루만에 달리기에는 꽤나 거리가 멀다. 그 앞의 ‘엘라지그’를 목적지로 삼아 달리기 시작했다.
종일 달리기만 했다. 어느 새 노을이 서서히 내려 앉는다. 날이 저물기에 텐트를 칠 생각으로 길 옆 작은 마을에 들어갔다. 마침 철길을 접하고 있는 마을 앞 마당에 아저씨 한 분이 망중한 중이었다. 그에게 다가가 이곳에 텐트를 쳐도 되는지 물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터키어로 말하는데 아저씨왈, ‘우선 밥부터 해결하시게나’라고 하시는 듯 했다. 그러더니 이내 마당 옆의 집으로 가서 커다란 쟁반에 손수 점심인지 저녁인지 알 수 없는 식사를 차려 내온다. ‘어라, 이게 아닌데’ 싶으면서도 배불리 먹고서는 다시 텐트칠 수 있는지 물어보니, 연신 ‘페트로, 페트로!’라며 큰 길에 나가면 ‘페트로’가 있다면서 거기를 가리킨다. 페트로가 뭐지?
어쨋건 여기서는 안 되는구나 싶어 연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서 그 정체불명의 ‘페트로’를 찾아보기로 했다. 한 3km 달렸을까, 주유소 간판이 보인다. 그리고 적혀있는 ‘Petrol’. 아, 아저씨는 주유소에서 텐트 칠 것을 이야기 한 것이었구나. 둘러보니 슈퍼마켓도 갖추었고, 큰 트럭들이 쉬어갈 수 있을만큼 넓다. 아직 해가 떠 있기에 능글맞게 눈인사를 하고 주유소 한 켠에 서서 시간 때우기를 시작했다. 동네 아저씨들이 주유소 앞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가 이방인인 나를 보더니 빈 자리에 앉으란다. 우선 한 자리 차지했으니 이제 해 떨어지기를 기다려서 주유소 한 귀퉁이에 텐트 칠 준비만 하면 된다. ‘빈대붙기’.
다행히 주유소 직원들이 친절하게도 저기 한 켠에 텐트 치는 것을 허락해준다. 이곳이 평소에도 운전자들의 쉼터였던 듯 싶다.
아무튼 오늘 밤도 텐트에서 ‘편히’ 잘 수 있어서 기쁘다는 생각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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