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8 (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치타를 넘어서 더 멀리가려고 시동을 거는데 말을 듣지 않는다. 혹시 배터리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해서 어제 만난 엔지니어 아저씨의 우아스(러시아산 봉고차)에서 전기를 끌어다가 시동단추를 눌러도 엔진이 말을 듣지 않는다. 문제해결을 위해 토니에게 SOS를 청했다. 사이드 스탠드의 스위치가 문제일 것이라는 답변을 듣고 이리저리 한참을 찾던 중 사이드 스탠드의 스위치를 고정시켜주는 핀이 사라져서 생긴 문제임을 발견하게 되었다.
볼로쟈 아저씨 덕분에 철사로 임시조치를 취한 후 치타를 향해 다시 출발코자 시동을 켰다. 성공이다. 하지만 이미 시간은 12시를 넘긴 상태. 볼로쟈 아저씨의 민박에 머물렀던 한국인 라이더가 이전에 있었냐는 질문에 작년(2008년)에 한 사람 있었다는 답을 듣게 되었다. 내가 최초가 아니라는 사실에 내심 놀라움과 함께 역시 세상은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예전에 하바로브스크 바이크 바에서 테리가 왜 “이번에도 또 졌군”을 벽에 적었는지가 이해되었다.
......
치타에 도착했다. 오늘은 라이더들을 단 한명도 만나지 못했다. 치타에 들어섰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경찰 아저씨(위의 사진)-많은 사람들이 러시아 경찰이 나쁘다고만 생각하는데 나의 경험상 먼저 다가가서 도움을 청할 때 거절하거나 흔히 생각하는 ‘뇌물요구’는 아직 겪어본 적이 없다-가 길에 보이길래 론리플래닛의 지도를 펼쳐 보이며 일전에 미국인 라이더가 알려준 ‘파나마시티 가스띠니짜(호텔)’를 외치자, “도러거, 도러거!(비싸)”라고 하면서 저렴한 숙소를 가르쳐 주겠다며 자신의 경찰차를 따라 오라고 한다.
덕분에 매우 괜찮은 가격의 호텔(호텔 뚜리스트)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게 되었다. 안타깝지만 이곳에서도 인터넷은 여전히 ‘접속불가’다. 호텔 앞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이것저것 먹거리를 사는데 ‘도시락’이 보인다. 러시아 가면 도시락이 유명하다는 말이 기억나서 도시락 컵라면을 사와 매콤한 스프국물 맛을 음미하면서 저녁을 해결했다.
바이크 문제로 움직이지 못하던 토니, 테리, 월터가 다시 길을 출발했다는 SMS를 받게 되어 기쁜 마음을 품고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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