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대륙횡단(09.7.28~09.11.07)/러시아(09.07.28~)

2009. 8. 9 (일)

SangJoon Lee 2009. 9. 10. 21:52

2009. 8. 9 (일)

 

 

일요일임에도 뚜리스트 호텔 앞 은행의 ATM기에서 며칠간의 비상금 인출에 성공했다. 여행 첫 날 신용카드를 잃어버렸지만, 재니의 조언으로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현금카드도 함께 만들어 가져갔었는데 지금 그 덕을 톡톡히 본다. 아침에 ‘울란우데’를 향해 출발하려고 짐을 정리하는데 어제 바이크에 살살 묶어 둔 은박매트-텐트매트 대용으로 가지고 온-가 천둥번개와 함께 밤새 퍼붓던 비바람에 날아가버려 보이지 않는다. ‘며칠 전에는 예비 기름통도 계곡 저편으로 던져버렸는데 그것 쯤아야’ 하는 생각에 잊기로 한다.

 

 

여행을 하면서 정말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대학친구 강제욱이 언젠가 술자리에서 해 줬던 여행 노하우다. “무조건 조금만 들고 가고 필요한 것은 현지에서 조달해라.” 대학 1학년 때 러시아 횡단열차를 탈 정도의 여행베테랑의 조언이 이번 여행을 계기로 새삼스레 가슴에 와 닿는다.

 

 

그래서일까. 하나씩 둘씩 바람에 날아가고 덜컹거림에 떨어져도 없어졌음을 개의치 않게 된다. 혹은 자의였더라도. 지갑 속의 카드와 현금, 오랫동안 써 왔던 CNTower모자, 사랑하는 뚜까가 생일선물로 줬던 검정색 손목시계(뚜까야, 미안해), 하바로브스크에서 내려 놓았던 라이딩 기어, 이뚜까 9호에서 떨어져 나가는 부속들. 지구별에서 너와 나의 연(緣)은 거기까지로 정해진 것이었을지도 몰라. 안녕. 아마 여행의 마지막에는 입고 있는 라이딩 기어, 속옷, 그리고 양말만 남는 것은 아닐런지.

......

 

‘울란우데’로 향하는 하루 종일 우중(雨中) 라이딩이다. 많이 춥다. 도중에 야마하를 타는 영국인 라이더 알(Al)을 만났다. 몽골에서 러시아로 들어왔다고 한다. 그리고 울란우데를 약 150km 남겨놓고 반대방향에서 오는 1200GS 라이더와 손을 흔들며 헤어진다.

 

 

치타와 울란우데 주변의 시간차가 1시간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시계가 저녁 8:30을 가리키기에 시골 마을에 멈췄다. 해 떨어지기 전에 잠잘 곳을 찾아야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는 아직 오후 7:30 - 위도가 높을수록 여름에 해 떨어지는 시간이 우리나라보다 길다는 것을 여기서 알게 되었다 - 밖에 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어찌되었건 이름도 알 수 없는 시골마을 입구에 있는 여관에다 여장을 푼다. 무뚝뚝한 여관 아주머니는, 하룻밤에 450RU를 내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그리고 샤워를 하려거든 150RU를 별도로 내란다. 샤워를 포기할까 싶었지만 하루 종일 비에 젖은 몸이 따듯한 물을 원한다며 자신을 위해 150RU을 내라고 성화를 부린다. 어쩔 수 없다, 150RU을 내고 샤워를 하기로 했다.

......

 

발레리에게 sms를 보냈는데, 발레리로부터 벌써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했다는 답을 받았다. 헤어진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유라시아대륙횡단(09.7.28~09.11.07) > 러시아(09.07.28~)'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 8. 11 (화)  (0) 2009.09.15
2009. 8. 10 (월)  (0) 2009.09.15
2009. 8. 8 (토)  (0) 2009.09.10
2009. 8. 7 (금)  (0) 2009.09.10
2009. 8. 6 (목)  (0) 2009.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