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대륙횡단(09.7.28~09.11.07)/카자흐스탄(09.08.22~)

2009. 9. 13 (일)

SangJoon Lee 2009. 9. 29. 01:10

2009. 9. 13 (일) 

 

 

어제 아침 8:30부터 심켄트를 향한 출발준비를 했지만 엔진오일과 체인 정비가 미샤의 가게 한 장소에서 이뤄진 게 아니라 이 가게 저 가게를 돌아다니면서 이뤄지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 되었다. 결국 오후 3시가 지나서야 모든 정비를 마치고 드디어 심켄트를 향할 수 있었다. 올자스가 자신의 혼다 쉐도우를 타고서 알마티에서 심켄트로 나가는 입구까지 함께 달려주었다. 갈래길 앞 주유소(예전에 토니일행과 헤어질 때도 주유소였다)에서 서로 헤어짐의 포옹을 한 후 각자의 안장에 올라 스로틀을 당기는데, 눈물이 ‘찔끔’.

 

알마티 외곽의 교통지옥을 뚫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코르다이’를 향해 달렸더니 어느새 6시가 넘었다. 코르다이를 지나자마자 잠자리 걱정이 든다. 7시다. 이뚜까 9호와 살살 달리면서 주변의 잠잘 곳을 물색해 보았다. 한 30분을 찾아봤을까, 마침 추수를 끝낸 밭 저 편 언덕 아래에 나무 몇 그루가 서 있다. 도로와도 멀지 않고, 인적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캠핑이다. 침낭을 덮고 텐트에 누운 채 하늘을 올려다 보니 은하수가 ‘이 넓은 은하에 지구별 사람들만이 고독하게 던져진 게 아니란다’ 라고 말을 걸어온다. 

......

 

아침 , 텐트 안에서 꾸물꾸물 거리고 있는데 텐트 옆으로 자동차가 마른 흙을 밟으며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밖으로 나와보니 자신들의 고물자동차 타이어에 바람이 빠졌다며 펌프를 가지고 있냐고 사내 둘이 묻는다. 에어펌프가 있다고 하자, 타이어를 가져와 바람을 넣어 달란다. 도움받고 도움주기.

 

타이어 바람을 넣어주니, 연신 “라흐멧!(고맙습니다)”이라고 한다. 짐 정리가 다 끝나고 출발 준비를 마치려니 이뚜까 9호가 세워진 바로 앞의 야트막한 언덕너머로 양떼들이 우루루 내려온다. 그리고 말을 탄 양치기 목자. 내가 텐트를 친 곳은 바로 이 양떼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이었던 것이다. 어쩐지, 아침에 깨어보니 주변에 소똥, 말똥, 양똥이 가득하다 싶었다.

......

 

아무튼 오늘 안으로 국경을 넘을 생각으로 다시 힘차게 달렸다. 왼편으로 만년설로 덮인 ‘텐샨산맥’이 끝없이 함께 달린다. 군데군데 자그마한 간이 국경들이 몇몇 보인다. 카자흐스탄 사람과 키르기즈스탄 사람들을 위한 간이 국경이었다. 6시가 다 되어 ‘심켄트-타쉬켄트’ 사이의 국경검문소 앞에 왔다. 그런데 이 국경이 현재 폐쇄되어 있다라며 현지 아주머니가 내게 말해 준다. 지난 1일에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에 비자신청 하러 갔을 때 아프간 사람 샤밈으로부터 이 국경이 폐쇄되어 있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았는데, 아직까지 폐쇄된 채였다. 어찌한담, 서성이고 있자니 젊은 청년 셋이 흰색 자가용에서 내려 문제 있냐며 러시아어로 물어온다. 국경이 막혀서 다른 국경을 찾고 있다고 하니, 여기서 5km 앞에 다른 국경이 있단다. 다행이다. 손짓발짓 해 가면서 내가 네 차를 따라갈 테니 안내해 줄 수 있냐고 묻자, 잠시 후 따라오라는 손짓을 보낸다.

 

 

그들 덕분에 이웃해 있는 다른 국경 검문소에 도착했다. 이뚜까 9호와 함께 바리케이트 앞으로 나갔다. “빠스뽀릇!(여권!)” 검문소 앞 직원이 내 패스포트를 보더니, 여기는 카자흐스탄 사람과 우즈베키스탄 사람만 사용하는 국경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여기서 가장 가까운 국경 검문소가 서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얄라마’라는 곳에 있다며 약도를 그려준다. 이내 옆에 있던 다른 경찰, 군인, 현지인들이 서로 얄라마 가는 길을 알려주려 한다. 그들에게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얄라마를 향해 달렸다.

 

 

달리는 내내 오늘 안으로 얄라마를 지나서 타쉬켄트로 들어갈까 계산해 봤다. 하지만 GPS가 없는 내게 도시의 밤은 말 그대로 ‘미로찾기’이다. 생각해 보면 국경을 두 번 넘는 동안 매번 밤이 되어서야 도시로 들어갔었다. 속초에서 블라디보스톡에 들어갈 때도 밤이었고, 쿠룬다를 지나 파블로다르로 들어갈 때도 밤이었기에 적잖이 헤맸던 기억이 되살아나자 굳이 무리해서 오늘 넘지 말고, 카자흐스탄 비자만료까지 하루의 여유가 남아있으니 아침 일찍 국경을 넘어 가급적 낮에 타쉬켄트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아스타나-알마티 구간에는 건조한 초원이 펼쳐져 있고 인적도 드물었는데 반해, 알마티-심켄트 구간은 상대적으로 인구밀도도 높고, 농업 및 목축업이 발달해 있다 보니 텐트 칠 곳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때문에 얄라마로 향하는 길에 있는 ‘사라가티’ 마을의 여관에 묵을 생각으로 주변의 여관을 찾아보는데 여관조차 보이질 않는다.

 

 

‘모르겠다, 오늘도 텐트다’하는 마음에 큰 길에서 100m 떨어져 있는 서너 채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민가의 제일 첫 집으로 향했다. 모터사이클을 탄 수상한 녀석이 다가가자 주인과 부인이 문 밖으로 모습을 보인다. 이뚜까 9호에서 내려 주인에게 다가가 인사와 함께 마당 한 구석에 텐트 좀 칠 수 있냐고 물었다. 텐트는 무슨 텐트. 그냥 자신의 집에서 자고 가란다. 게다가 텐트 치지 않고 잘 수 있는 것도 감지덕지인데 분에 넘치는 저녁대접을 받았다. 근처 가게에 가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데르베스’ 맥주 몇 병과 아이들을 위한 과자, 초콜렛을 사서 돌아왔다. 저녁식사를 마치자 주인 ‘이르야스’가 나와 함께 마을 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하자고 한다. 바람 피하려고 담벼락 아래에다 텐트 칠 생각으로 찾아갔건만, 오랜만에 찾아온 친척 대하듯 해 준다.

 

 

...카자흐스탄. 첫 날에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날에도 감사함을 받고 이곳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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