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대륙횡단(09.7.28~09.11.07)/카자흐스탄(09.08.22~)

2009. 9. 3 (목)

SangJoon Lee 2009. 9. 28. 22:24

2009. 9. 3 (목)

 

 

아침 일찍 초청장 문제를 문의하러 우즈벡 영사관을 찾아갔지만 오늘 우즈베키스탄 공휴일이라서 휴무란다. 커피샵 세가프레도에 앉아 이메일을 확인하니 스탄투어스에서 이메일이 날라왔다. 뉴질랜드의 은행으로 70$을 보내달라고. 그 복잡한 절차-해보면야 금방 익숙해지겠지만-를 어떻게 하란 말인가. 다행히 메일 내용 중에 직접 데이빗에게 70$을 전달하고 싶으면 먼저 데이빗과 연락해서 만날 곳을 정하라는 귀절이 보인다. 이게 뭐하자는 플레이인가 싶었지만 이내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양식 갖추어놓고 번듯하게 여행사 업무를 하는 게 아니라,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소위 “브로커”에 가까운 일이다보니 007과 같은 첩보영화에서나 봄직한 접선을 요하는 것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알마티에서 제일 큰 쇼핑몰인 메가센터 앞의 분수대에서 데이빗을 만나기로 했다. 한 15분 앉아 있었을까, 선글래스를 낀 누군가가 다가와 말을 건다. "쥰?" "예스." "나, 데이빗이야. 쥰, 저쪽에 가서 얘기 나눌까!" 어쨋거나 만났다. 이제 그들의 능력을 믿으며 LOI를 기다리는 지루함만 남았을 뿐. 70$을 건네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점심을 대충 해결한다.

......

 

매트리스가 꺼져버린 침대에 누워 천장을 도화지 삼아 멍 하게 몽상을 즐기고 있을 때 즈음, 올자스의 여자친구인 아이누라에게서 연락이 온다. 어제 내가 올자스에게 ‘론리플래닛 이란판 pdf 파일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책자형식으로 만들 수 있을까’ 라고 문자로 보냈는데, 마침 그녀가 오늘 쉬는 날이니 나와 함께 제본가게에 가보라고 올자스가 귀뜸을 한 듯 하다. 덕분에 다소 부피가 나가기는 해도 2,000T로 론리플래닛 이란판을 얻게 되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소설 ‘은하영웅전설’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인류가 기록형식과 표현수단을 아무리 발전시킨다고 하더라도 (채륜의 발명품인) 종이보다 효과적인 전달 수단은 없다고. 수 없이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나에게 좋은 평을 얻지 못하는 그 소설 내용 중에서 유일하게 공감하는 부분이다. 인간의 뇌가 電腦化 되지 않는 이상, 인간이라는 생물의 행동양식은 여전히 아날로그적이기에... ‘종이책’을 얻게 된 감사의 표현으로 아이누라에게 여기 알마티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숍인 커피델리아에 앉아서 커피 한잔과 함께 지금까지의 여행사진들을 보여주었다.

......

 

다시 세가프레도에 앉아 메일을 확인한다. 스탄투어스로부터 메일이 왔다. 업무에 착수했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뻔 했는데 우즈베키스탄으로 내려갈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감싼다. 앉은 김에 커피 한 잔과 노트북으로 된장질을 만끽하며 득, 잰에게 메일을 보냈다. 오랜만에 한글로.

......

 

저녁에 올자스와 아이누라가 운동을 마치고 나를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예전에 잠깐 얘기했던 중앙아시아 멜론인 디냐를 선물로 가져왔다. 항상 신세에 또 신세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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