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 바지를 입은 채였지만 추위에 밤새 뒤척였다. 바닥에서 한기가 올라오는데다 습기를 머금고 침낭이 축축하게 젖었다. 치타에서 잃어버린 은박매트가 간절히 생각났다. 찌뿌둥한 몸 상태에서 텐트 밖으로 귀를 기울여보니 빗방울이 텐트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런, 오늘도 비를 맞아가며 꽤나 쌀쌀하게 라이딩을 하겠군.
텐트에서 나오지 못하고 꾸물꾸물 거리고 있을 즈음, 동생 혜령(뚜까)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엊그제가 되어서야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면서 보름간 여러 모텔을 전전하는 생활을 했다고 얘기해 준다. 그리고 ‘블랙베리’를 장만했다며 메일을 보내면 블랙베리로 곧바로 확인이 가능하단다. 뚜까의 전화를 받게 되니 왠지 기운이 백배되는 느낌이다. 뚜까와의 전화가 끝나고 크라스노야르스크로 출발 전에 혹여나 하는 마음에 토니로부터 소개받은 ‘디마’에게 sms를 보냈는데, 환영의 답을 받았다. “Welcome!”
......
유라와 함께 크라스노야르스크를 향해 가던 중 약 20km를 남겨놓은 지점에서 멈췄다. 너무 어두워진데다 지난 번 사고로 제논 라이트가 땅을 비추지 못하고 수평보다 높게 비추기에-조만간에 조절을 해야할 것 같다-야간 라이딩은 무리라고 판단하여 멈출 것을 제안했다. 근방에서 캠핑을 할 것인지 싸구려 여관을 찾을 것인지에 대해 갑론을박 하는 중에 크라스노야르스크로 향하는 야마하 125cc 라이더를 만나 일단 그를 따라서 크라스노야르스크로 향하기로 했다. 재출발을 하기 전에 유라가 ‘친구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연락이 닿았다. 다행히 그에게 하루를 신세 지기로 한다. 크라스노야르스크 입구에 도착했고, 우리를 마중나온 ‘이고르’의 집에서 간단한 음주와 함께 잠을 청했다. 화장실 앞의 매트에 적힌 ‘BIKERS Welcome’ 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이고르의 집에 도착하자 아침에 문자를 보냈던 디마로부터 언제, 어디서 만날지에 알려달라는 문자와 전화가 몇 차례 왔다. 크라스노야르스크에 도착했고 지금 이고르의 집에 묵게 되었다는 자초지종과 함께 내일 만나자는 내용의 sms을 보냈다.
......
친구 발레리는 여행경비 문제로 지금 비로비잔에 머물고 있다는 연락이 온다. 도움을 주고 싶은데, 내 사정이 여의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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