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4 (화)
호텔 1층의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있는데, 내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는지 테이블 너머에 있는 커플 투숙객이 나를 힐끗힐끗 바라보면서 연신 킥킥댄다. 핸드폰의 국제 전화 문제가 해결되자 이내 치타를 향해 출발하였다. 치타는 여기에서 2000km 떨어져 있기에 몇 차례 나눠서 도착을 하기로 했다. 오늘은 일단 치타로 가는 길에 있는 ‘블레로고르스크’라는 작은 도시를 목적지로 삼아 출발을 했다. 뜨겁다. 햇볕이 따갑게 내리쬔다. 지친 몸과 힘겨워하는 이뚜까 9호에게 휴식도 주고 점심도 해결할 겸 해서 도로변 카페에 들렀다. 그곳에서 카자흐스탄까지 여름 가족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발레라 가족과 합석해서 식사를 했다.
......
블레로고르스크에 들어섰다. 아직 예닐곱시 밖에 되지 않았기에 해가 서쪽하늘 높이 걸려 있었지만 해가 떠 있을 때 잠자리를 찾는 게 급선무다. 사람들에게 “그제 가스띠니짜?(호텔은 어디에 있나요?)”를 외쳐대며 물어물어 그곳의 작은 호텔인 ‘트란짓’을 찾게 되었다. 의사소통의 문제로 여기서 숙박하고 있는 우즈벡 사람인 아지즈가 ‘조선사람’을 불러 오겠다면서 바깥으로 나간다. 사실 의사소통에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종이와 연필 꺼내어(혹은 핸드폰 꺼내들고) 방값 물어보고 적게 한 다음(혹은 핸드폰 키패드 누르게 하거나) 마음에 들면 방값 치르면 그만인 것을. 그보다도 이런 작은 마을에 바이크를 타고 온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또 이뚜까 9호를 주차시킬 공간을 찾아주기 위해서 그를 부르기로 한 듯 했다.
......
아지즈가 이내 알레그를 데리고 들어온다. 조선인인 아버지와 러시아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4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조선인 2세인
알레그(Oleg)는, 나와 아지즈의 기대와는 달리 안타깝게도 한국어를 거의 할 줄 몰랐다. “안녕하십니까, 나는 알레그입니다. 나는 조선사람 입니다.”라는 간단한 인사말밖에 구사할 줄 모르기에 대학생인 아들 루슬라브(Ruslan)에게 구조요청을 보낸다. 영어를 유창하게 할 줄 아는 루슬라브가 오자 저녁 식사를 하면서 그를 가운데 두고서 영-러 통역으로 대화를 해 나갔다.
알레그는 이 지역의 다른 사람들과 달리 검은 머리에 아시아계 외모를 가졌기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젊은 시절에는 외국의 첩자가 아니냐는 소리를 듣곤 했다고 한다. 물론 최근의 러시아 국경지역, 특히 중국과 맞닿아 있는 지역의 경우에는 상당히 많은 중국인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이곳에 와서 지내기 때문에 동양인을 보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앞으로 서쪽지역으로 가서 카자흐스탄으로 내려갈 예정이라고 이야기 하니 노보시비르스크에서의 여행을 주의하라고 일러준다.
단지 같은 ‘조선사람’이라는 이유. 그것 하나만으로 분에 넘치는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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