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대륙횡단(09.7.28~09.11.07)/러시아(09.07.28~)

2009. 8. 1 (토)

SangJoon Lee 2009. 9. 7. 15:23

2009. 8. 1 (토)

 

 

 

아침부터 어제 바이크를 맡겨 놓은 정비소에 가서 정비를 시작했다. 사이드백 문제로 신경이 쓰여서 이곳에서 소프트백을 구입할 수 있는지를 알아 보기로 했다. 슬라바가 나의 사이드백을 보더니 고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으나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슬라바의 말에 반신반의 했다. 월터도 엔진오일-월터는 ‘모툴’ 브랜드 매니아다-을 교환해야 했기에 로만, 슬라바와 함께 넷이서 하바로브스크의 여러 바이크 용품점을 들렀다. 도중에 아무르 강가와 근처의 할리데이비슨 카페를 미리 구경하러 갔다. 아무래도 깨진 리어백은 고치기 어려울 것 같고 소프트백은 구입하기가 쉽지 않아서, 중국인 시장에 가서 학생용 가방을 샀으나 장거리 여행에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한 것 같아 슬라바에게 고쳐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런 다음 휘어진 클러치 페달을 펴 가면서 다시 달릴 수 있는 준비를 시작했다.

 

 

저녁에 로만과 슬라바의 초대로 어제 들른 아무르 강변의 할리데이비슨 카페를 갔다. 노래와 춤, 그리고 여러 이벤트로 재미난 시간을 보낸 후 우리는 하바로브스크의 라이더를 위한 바이크 카페-물론 바이커들이 많이 찾기는 했지만, 할리데이비슨 카페는 라이더를 위한 카페라기 보다는 할리데이비슨 이미지를 차용한 노천카페에 가까웠다-를 찾아가 그곳 벽에다가 우리의 자취를 남겼다.

다만 테리는 자신보다 먼저 온 캐나다 라이더들의 문구를 발견하고는 이들을 안다면서 그들이 먼저 들른 것이 신경쓰였는지, “이번에도 또 졌군.” 이라는 문구를 적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

 

토니는 1942년생이다. 우리 나이로 계산하면 예순여덟 살의 나이인 ‘할아버지’다. 그 할아버지가 젊은이도 쉽지 않은 오프로드 바이크 라이딩을 하고 있다. 정비를 하면서 토니에게 묻는다. 어떤 계기로 이렇게 멀고 험한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자신의 다양한 인생경험을 얘기해 주면서 인생철학을 들려주는데 하나같이 공감하고 본받을 내용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와 닿았던 것은 나이와 의지에 관한 토니의 생각이었다. 의지와 그에 필요한 노력.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 생각에 그치지 말고 실천에 옮겨라. 그리고 실천을 하려거든 그것과 관계되는 모든 정보를 찾아보고 철저히 준비하라.’

 

 

토니의 말이 맞다. 의지이다.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 우리가(그리고 내가) 알면서도 자주 잊고 사는 것을 예순일곱의 영국신사 토니가 다시금 깨우쳐 주었다.

'유라시아대륙횡단(09.7.28~09.11.07) > 러시아(09.07.28~)'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 8. 3 (월)  (0) 2009.09.07
2009. 8. 2 (일)  (0) 2009.09.07
2009. 7. 31 (금)  (0) 2009.09.07
2009. 7. 30 (목)  (0) 2009.09.07
2009. 7. 29 (수)  (0) 2009.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