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31 (금)
8시쯤 일어났는데 해는 벌써 중천이다. 2시간 정도를 달린 후, 아침과 점심을 겸한 요기를 한다. 처음으로 ‘플로브’(중앙아시아 볶음밥)와 ‘샤슬릭’(중앙아시아 훈제고기)을 맛보았다. 그리고 레몬차 한 잔으로 마무리, 다시금 하바로브스크를 향하여 출발했다. 하바로브스크를 150km 남겨 둔 중간지점에서 비를 맞았다. 테리와 함께 바이크를 멈추고 비옷을 껴입는다. 가지고 간 등산용 도롱이(우의)를 걸쳤는데 고속주행용이 아니다 보니 연신 펄럭거린다. 약 5km 앞에 있는 주유소에서 토니와 월터가 기다리고 있었다. 단지 5km 밖에 더 오지 않았는데 거기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 오프로드에서의 넘어짐, 폭우 속에서의 주행. 이 모든 것들이 서울의 갖춰진 공간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이었기에 힘겹기만 하다. (우중 라이딩은 앞으로의 러시아 여행에서 이틀에 한 번 꼴로 겪을 것이라고 생각조차 했겠는가!)
어제 토니, 테리, 월터의 가르침-평지에서나 코너, 혹은 자갈길 어디에서나 5~6초 후에 내가 있을 지점을 보고 운전할 것과 자갈길에서는 긴장을 풀고 스로틀 조작을 하지 말고 편안하게 운전할 것- 덕분에 곳곳에서 만난 자갈길에서도 무사히 통과했다.
하바로브스크를 40km 남겨놓은 지점에서 첫날(자루비노에서 블라디보스톡으로 향하던 날) 고장난 사이드백이 갑자기 열려 버린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자꾸만 딸그락 거리는 소리에 속도를 줄이고 무슨 문제인가 살펴보니 열린 가방 밖으로 에어펌프가 매달린 채 땅에 끌리는 소리였다. 갑작스러운 이벤트 덕분에 체인루브와 엔진오일을 도로 어디에선가 흘려버렸다. 그리고 고장난 잠금장치를 낑낑대며 고치느라 동료들과 떨어지게 되었다. 다행히 20여 분 만에 잠금장치를 고친 후 다시 출발을 하자, 내가 뒤쳐진 것을 걱정한 토니가 나를 찾으러 오는 것이었다. 항상 미안할 뿐이다.
토니와 함께 하바로브스크 입구에 들어서자 노란색의 혼다 X-11과 CBR을 탄 라이더 둘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처음에는 단순히 우호적인 라이더들로 간주하고 손을 흔들어 반가움을 표현했는데, 가까이 와서는 알아듣기 어려운 러시아어로 무언가를 연신 말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월터가 미리 바이크 클럽 회원에게 연락을 해서 이곳 도로를 잘 모르는 우리를 위해 마중 나와 있었던 슬라바-노란색 X-11을 타는 스턴트 라이더-와 동료였다. 얼마나 고마운가!
그들을 따라 하바로브스크의 자동차 정비소-GS 1200을 타는 로만의 정비소-에 우리들의 바이크를 주차해 놓은 후, 호텔 아무르(트윈룸, 1300RU/1인)에 여장을 풀었다. 그리고 근처의 아이리쉬 펍-이라고 간판에는 적혀 있었다-에 가서 다시 한 번 간단히 월터의 4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것으로 하바로브스크의 첫날을 마감했다.
(이상준, 오토바이, 세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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