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1 (목)
2009. 10. 1 (목)
아침 7시30분, 테헤란으로 출발코자 바삐 움직였다. 유료 주차장까지 무거운 롤백을 낑낑메고 갔지만, 주차장의 문은 8시 30분에 열린다고 한다. 이스파한의 아침을 여는 사람들과 그들을 싣고 달리는 버스들을 바라보며 주차장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테헤란으로 향하는 길은 상대적으로 수월한 고속도로를 이용하기로 했다.
일전에 마샤드에서 야즈드로 올 때 고속도로 진입시 통행세를 내지 않았던 것이 기억났다. 때문에 톨게이트를 만날 때마다 별다른 부담없이 통과했다. 톨게이트 앞 경찰들도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는다. 사실 도로 표지판상에는 이륜차는 고속도로 진입이 금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알았지만, 살짝 무시했다. 이란에 왔으니 갓길로 가끔씩 달리는 모터사이클처럼 ‘이란룰’을 따르는 게 상책이기에.
테헤란에 들어가기 100km 전, 톨게이트를 지나자마자 보이는 공원에서 마른 빵으로 점심을 때우고 있자니 오늘도 어김없이 옆에 있던 가족들이 과일과 떡을 주며 관심을 보인다. 마침 마른 빵과 생수 한 병 뿐이었기에 사양치 않고 넙죽 받았다. 고마울 뿐.
테헤란에 진입이다. 이란 대도시 안에서의 운전자들 습관을 익히 아는지라 긴장 100%로 상승한다. 그나마 이란은 대도시이건 도시 밖 국도이건 간에 이정표가 잘 갖춰져 있었다. 때문에 이정표만 따라가면 별 어려움 없이 목적지에 도착할 수가 있다. 하지만 가끔씩 목적지를 나타내는 이정표가 보이지 않는 때면 바이크를 어김없이 세우고 사람들에게 길을 묻는다. 도심의 중심부만 간략히 그리고 있는 여행안내서 지도 한 장에 의지한 채 말이다.
오늘도 테헤란 경계에 도착하자마자 목적지인 이맘 호메이니 광장을 찾기 전, 주변에서 가장 큰 도로인 엔콸랩 거리를 먼저 찾기로 하고 이정표를 따라갔지만, 이내 이정표에서 엔콸랩 거리가 나타나지 않았다. 큰 길에서 안쪽으로 나 있는 작은 골목길에 바이크를 세워두고 지도를 찾고 있자니, “Hello, mister. Can I help you?”가 들려온다. 고개를 돌려 그를 보니, 한 청년이 자신은 캐나다에서 유학생활을 했다고 스스로를 소개하면서 도울 일이 있냐며 구원의 손길을 보내온다. 여기가 어디이며 내가 지금 숙소를 찾고 있다고 물어보니, 여기는 가구단지이다, 그리고 잠깐 기다려라며 물 한잔 대접하며 연신 아는 사람에게 연락을 해서 갈 길을 알려준다. 큰 길을 쭉 따라가다가 삼거리가 나오면 왼쪽으로 꺾은 후 로터리를 만나게 되면 로터리의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고 알려준다.
그의 말대로 이뚜까 9호를 몰아가니 곧바로 엔콸랩 거리가 나왔다. 테헤란 대학 앞을 지나는 엔콸랩 거리를 좀더 달리니 이맘 호메이니 광장으로 향하는 페르도우시 로터리가 앞에 있었다. 우향우, 그리고 직진을 하는데 나를 제외하고선 다른 차들, 모터사이클들이 달리지 않는 것이 왠지 분위기가 이상하다. 자세히 보니 이 도로는 버스전용차선 같아 보인다. 저 앞에서 경찰들이 이 안으로 들어오는 승용차, 모터사이클들을 제지하고 있었다. 나?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서 이맘 호메이니 광장을 찾는다고 묻자 이 길로 쭉 달리라고 한다. 이란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바이크를 타고 다닌다는 ‘특권’을 누리면서 곧 이맘 호메이니 광장에 도착했다.
마샤드의 발리 아저씨 댁에서 만났던 그레이엄의 추천(그리고 론리플래닛의 추천)대로 이맘 호메이니 광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호텔 피로우지를 찾아 여장을 풀었다. 가볍게 샤워를 한 다음, 낮에 지나쳐 온 엔콸랩 거리를 가기 위해 이맘 호메이니 역에서 테헤란 지하철을 타기로 마음먹었다. 표를 사기 위해 돈을 내는데, 편도의 표값이 1,000리알이었다. 우와!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전철값이 단지 120원이라니. 그리고 개찰구를 지나 승강장에서 지하철에 올라 타는 순간. 다시 한번, 우와! 너무나도 깨끗한 지하철에 또 놀랐다. 테헤란 지하철의 전체적 점수는 우리(서울)의 지하철을 100으로 봤을 때, 충분히 100점을 맞을 수 있을 듯 싶다. 물론, 서울의 지하철 노선이 훨씬 많고 복잡하지만.
... 아까 낮의 엔콸랩 거리와는 달리 차분하다.